저도 신호 대기 중에 뒤에서 받힌 적이 있어요. 저희 부부 둘다 있었지만 다행히 둘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그 순간엔 아내가 당황을 해서 기어를 파킹에 놓지도 않고 그냥 내리려고 하길래 멈추라 하며 얼렁 진정 시켰습니다. 그러곤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머리가 하얘졌다 하더라고요.
"이거 뭐야 사고다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지금 뭐부터 해야 하는거지?" 처럼 우왕좌왕 하며 말이죠.
이번 시리즈 마지막 편은 그 순간을 위한 글입니다. 당연히 사고가 안 나는 게 제일 좋지만, 나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절차대로 움직이는 게 좋겠죠. 상황별로 정리 해봤으니 필요한 부분만 찾아 보셔도 됩니다!
1. 사고 직후, 공통으로 해야 할 것 (5분 안에)
일단 어떤 사고든 순서는 똑같습니다.
- 안전 확보 — 운전이 가능하다면 차를 갓길이나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비상등 켜기
- 다친 사람 확인 — 부상자가 있거나 피해 규모가 크면 000 바로 신고
- 상대방 정보 교환 — 이름, 연락처, 차량 번호판, 보험사명 (라이센스 사진 찍기)
- 사진 촬영 — 차량 파손 부위, 사고 현장 전체, 신호등·표지판, 도로 상황 전체적으로
- 목격자가 있으면 — 연락처 확보
여기서 중요한 원칙 하나가 있습니다. 호주에 지내는 친구들이 신신당부 하며 알려준 사항입니다.
⚠️ 누구 잘못인지 그 자리에서 인정하거나 다투지 마세요.
"제 잘못이에요 I am sorry" 같은 말은 나중에 보험 처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뭐가 어디에 부딪혔는지)만 교환하고, 과실 판단은 보험사·경찰 몫으로 남기세요. 혹여나 상대방 100% 과실이라 하더라도 "너 왜 사과 안해" 하며 다투지 마시고 쏘리 라고 안한다고 서운해 마세요. 호주에선 원래 그렇다(?) 하더라고요.
2. 경찰 신고, 언제 해야 하나
호주는 사고 규모에 따라 신고 여부가 갈립니다. 대략적인 기준은 이래요.
- 다친 사람이 있을 때 → 무조건 000
- 피해 규모가 일정 금액(주마다 기준 다름, 보통 수천 불 이상)을 넘을 때
- 상대가 도망갔을 때 (뺑소니)
- 상대가 음주·마약 운전이 의심될 때
- 차량이 도로를 막고 있어서 위험할 때
경미한 접촉사고로 다친 사람도 없고 피해도 작다면 경찰을 부를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규모가 조금 크거나 아니면 조금 애매하다면 그냥 신고하세요. 사건 번호(event/report number)가 있으면 나중에 보험 청구할 때 훨씬 수월합니다.
3. 상대방이 있고, 보험도 있는 "정상적인" 경우
가장 흔한 케이스입니다. 이럴 땐 순서가 명확해요.
- 위 1번 절차 (정보 교환·사진) 를 마친다
- 부상자가 있다면 → 상대방의 CTP/MAI 보험사에 연락 (1편 참고: 사람 관련 배상)
- 차량 손상만 있다면 → **내 사보험사(TPP or Comprehensive)**에 연락
- 보험사가 안내하는 대로 클레임 접수 (사진, 상대방 정보, 사건 번호 제출)
여기서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두번째 편에서 다뤘듯 부상 클레임과 차량 손상 클레임은 완전히 다른 창구에요. 상대방 CTP/MAI 보험사한테 "제 차 수리비 물어주세요" 하면 안 되고, 그건 제 사보험사에 요청해야 합니다. 이때 만약 상대 잘못이라면 우리 보험사에 보험 접수 요청 할때, 내가 알아낸 상대방 인적사항 정보를 전달해주면 됩니다. 그럼 우리 보험사가 알아서 클레임 하고 수리 일정 잡아주고 청구를 대신 해줍니다.
💡 Comprehensive면 내 잘못이어도 내 차가 나온다는 것, 기억나시죠? 두번째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Comprehensive 가입자라면 본인 과실 사고여도 자기부담금(Excess)만 내고 내 차 수리가 가능합니다. TPP(써드 파티 프로퍼티)만 있다면 내 차 수리비는 전액 본인 부담이에요.
4. 상대방이 도망갔거나 (뺑소니), 보험이 없는 경우
이게 제일 당황스러운 상황이죠. 하지만 호주에는 이런 경우를 위한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뺑소니 (Hit and run)
상대가 도망갔다면, 부상 관련 클레임은 Nominal Defendant(노미널 디펜던트)라는 제도를 통해 청구할 수 있어요. CTP(Green Slip)는 다른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를 당한 사람을 보상하기 위한 제도인데, 뺑소니처럼 운전자를 알 수 없는 대부분의 경우엔 Nominal Defendant를 통해 청구하게 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가해 차량의 신원을 모른다면 '적절한 조사와 수색(due inquiry and search)'을 직접 해야 하고, 이는 상대 차량을 특정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그냥 도망갔어요"라고만 하고 아무 조사도 안 하면 청구 자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해야 할 조사는 이런 것들이에요.
- 주변 상가·주택의 CCTV·블랙박스 영상 요청
- 사고 현장 근처에 목격자를 찾는 전단지·포스터 부착
- 동네 커뮤니티(페이스북 그룹 등)에 목격자 찾는 글 게시
가장 먼저 할 일은 경찰에 최대한 빨리 신고해서 사건 기록을 남기는 것이고, 현장 근처 목격자나 사람들에게 관련 정보를 얻는 것도 포함됩니다.
차량 손상은 뺑소니의 경우 상대를 특정 못 하면 보상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이래서 Comprehensive가 뺑소니 리스크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책이 되는 겁니다 (본인 보험사가 처리해주므로).
상대가 무보험·미등록 차량인 경우
상대 운전자가 무면허였다고 해서 자동으로 배상을 못 받는 건 아니고, 중요한 건 그 차량이 등록되어 있고 CTP에 가입되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차량이 등록되고 CTP가 있었다면 무면허 운전자였더라도 그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차량이 미등록 상태였다면 유효한 CTP 자체가 없는 것이므로, 이런 경우 부상 관련 클레임은 보험사 대신 Nominal Defendant라는 정부 기구를 통해 진행하게 되고, 이 기구가 사실상 미보험 차량의 보험사 역할을 대신합니다.
정리하면:
상황 | 부상 클레임 창구 |
상대 차 등록·CTP 있음 (운전자 무면허여도) | 상대 CTP/MAI 보험사 |
상대 차 미등록 (CTP 없음) | Nominal Defendant |
가해자 특정 불가 (뺑소니) | Nominal Defendant (조사 의무 있음) |
🚨다만 시간 제한 있습니다
가해 차량이 미확인이거나 무보험인 경우, 사고 발생일로부터 다음 날부터 법정 급여를 받으려면 사고 후 28일 이내에 Nominal Defendant에 클레임을 접수해야 합니다. Nominal Defendant에 통지한 뒤에는 사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필요한 의료 증빙과 함께 정식 클레임을 제출해야 합니다.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면 진짜 늦습니다. 사고 직후 최대한 빨리 움직이세요.
이 부분은 주마다 법적 세부사항이 다르고 개인 상황(부상 정도, 증거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리는 영역이라, 실제 상황이라면 SIRA(NSW)나 각 주 CTP/MAI 관리기관, 또는 변호사 상담을 꼭 권해드려요.
5. 렌터카 몰다가 사고 난 경우
렌터카는 본인 rego·보험과 별개의 규칙이 적용됩니다. 순서가 조금 달라요.
- 부상자 있으면 000, 없어도 피해가 크면 경찰 신고 (사건 번호 꼭 받아두기)
- 사고 현장 사진 촬영
- 렌터카 업체의 사고 신고 라인에 최대한 빨리 연락 — 차를 반납한 뒤가 아니라 안전이 확보되는 즉시 연락해야 하고, 대부분의 렌터카 계약은 24시간처럼 짧은 기한 안에 사고를 신고하도록 요구합니다.
- 업체가 안내하는 서류·절차대로 진행
자기부담금(Excess), 렌터카는 원칙이 다릅니다
사고나 손상이 발생하면 렌터카 계약서에 명시된 자기부담금을 부담해야 하고, 이는 렌트 요금과 별도로 청구됩니다. 상대방 과실이더라도 일단 자기부담금은 본인이 내야 하며, 과실이 확정되고 상대방이 배상에 동의하면 그때 환불받는 구조입니다.
즉 "내 잘못이 아니어도 일단 렌터카 자기부담금은 먼저 낸다"는 게 기본 원칙이에요. 그래서 렌터카 빌릴 때 카운터에서 파는 Excess Reduction 상품이나, 일부 신용카드에 포함된 렌터카 자기부담금 보험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
이미 갖고 있는 신용카드나 여행자보험에 렌터카 excess 커버가 포함된 경우가 꽤 있어요. 렌트 카운터에서 비싼 Super Cover를 또 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으니, 렌트 예약 전에 본인 카드·여행보험 혜택을 먼저 확인하시길 추천합니다.
6. 상황별 빠른 참조표
상황 | 부상 클레임 | 차량 손상 클레임 |
상대 있음, 등록·보험 정상 | 상대 CTP/MAI 보험사 | 내 사보험사 (TPP/Comprehensive) |
상대 도망 (뺑소니) | Nominal Defendant (조사 필수) | 사실상 어려움 → Comprehensive면 내 보험사 |
상대 차 미등록·무보험 | Nominal Defendant | 어려움 → Comprehensive면 내 보험사 |
렌터카 운전 중 사고 | 렌터카사 보험 절차 | 렌터카사 + 자기부담금 (선지급 후 환불 구조) |
마무리: 결국 평소 대비가 핵심
이번 시리즈 마지막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예요.
사고는 예측이 안 되지만, 대비는 미리 할 수 있다!
- rego만 냈다고 다 보험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 (첫번째 편)
- 내 차값에 맞는 사보험을 미리 정해두는 것 (두번째 편)
- 실제 가입 과정에서 뭘 챙겨야 하는지 (세번째 편)
- 사고 나면 당황하지 않고 절차대로 움직이는 것 (지금 이 글)
이 네 가지만 알고 계셔도, 호주에서 운전하시는 데 있어 "몰라서 당하는 일"은 대부분 피하실 수 있습니다. 사고 안 나는 게 제일 좋겠지만, 혹시라도 나게 되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이 글은 2026년 7월 기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나 금융 자문이 아닙니다. Nominal Defendant 관련 절차, 시간 제한, 자격 요건은 주별로 다르고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사고 상황이라면 각 주 CTP/MAI 관리기관, 본인 보험사, 또는 변호사와 반드시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주별 공식 확인처
- ACT — Access Canberra (13 22 81) / Motor Accident Injuries Commission
- NSW — SIRA
- VIC — TAC
- QLD — MAIC
- WA — ICW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