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버라 블랙 마운틴에 있는 텔스트라 타워 |
지난 7월 8일 수요일 오전, 호주 최대 통신사 텔스트라의 모바일 네트워크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다. 새벽 4시 반쯤 시작된 이 사태로 수천 명의 이용자가 통화와 데이터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이날 아침 갑자기 데이터가 끊기는 걸 체감 했는데, 출근시간 내내 이어졌었다.
텔스트라 측은 네트워크 전반의 시간 동기화에 영향을 준 '소프트웨어 결함'이 원인이라고 밝혔고, 사이버 공격 정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후 4시쯤 "대부분 해결됐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트리플 제로(000) 긴급 통화에 영향을 준 2차 문제는 다음 날 목요일 오후에야 수정이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응답 없는 긴급 통화 이후 안부 확인만 600건 넘게 진행됐다니, 단순 '불편' 수준을 넘어선 심각한 사안 이었던 셈이다.
파장은 통신망에만 그치지 않았다.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대중교통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주 통신관리청(ACMA)은 2024년 12월에도 이전 트리플 제로 장애를 이유로 텔스트라에 300만 달러 넘는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ACMA의 조사와 함께 민사상 벌금 추징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규제기관의 대응 속도다. 한 통신 전문가는 새로운 법이 생겼음에도 "보다폰이 지난 6월 장애 당시 규정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ACMA가 벌금을 매기지 않았다"며 텔스트라 건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거라 비판했다.
야당 역시 "작년 옵터스 트리플 제로 사태 조사 결과조차 아직 안 나왔다"며 ACMA의 늑장 대응을 문제 삼았다.
결국 이번 사태가 남긴 질문은 하나다. 벌금 몇 푼으로 끝날 문제인지, 아니면 필수 인프라를 다루는 통신사에 대한 감독 체계 자체를 손봐야 할 문제인지. 반복되는 장애와 매번 뒤늦은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의 규제로는 충분한 억지력이 없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필자도 지속되는 호주내에 통신망 이슈 때문에 부부가 서로 다른 회사 데이터를 쓰려고 "노력"까지 하고 있다.
혹시나 자녀들을 집에 두고 두 부부가 볼일을 보러 가다가 사고가 났는데 마침 같은 통신사에서 데이터 문제로 긴급 전화등 이용서비스에 차질이 생긴다 상상해 보라. 인적도 드문 길가에서 의식은 흐릿해져 가는데 마침 두 핸드폰 다 긴급 전화도 데이터도 먹통이다. 두 사람 다 같은 통신사라 어쩔수 없다. 신고도 못한다. 마침 지나가던 목격자도 도와주러 왔지만 같은 통신사라 전화가 안된다고 한다. 맙소사. 그렇게 난 의식을 잃어갔다.
어이없고 웃긴 상상 이지만 모두들 알지 않나, 인생은 한치 앞을 모른다는거. 이런 상상을 한번 하고 난 후에 내가 불편을 겪더라도 두사람 다 다른 통신사를 쓰고 있다. 이렇게 까지 한다는게 웃기지 않나. 호주는 이런나라인가. 재미있다고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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