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우버는 조용히 짐을 쌌다. 한국내 배달 시장에 도전장을 냈던 '우버이츠 코리아'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라는 토종 강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 철수는 글로벌 공룡도 못 당해내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됐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26년 7월, 우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배민과 경쟁하는 대신, 배민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를 통째로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우버는 지난 16일 DH와 기업결합계약을 체결하고 주당 41.5유로에 현금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지분 100% 기준 거래 규모는 약 14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상전에서 패배했던 글로벌 공룡이 자본력을 앞세워 하늘에서 영토를 통째로 내려앉힌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우버는 국내 배달 앱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배민의 최종 지배주주가 된다.
흥미로운 건 배민이 이 거래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다. 독일 DH에게 한국 시장은 단순한 해외 지사가 아니라, 글로벌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낼 때도 홀로 흑자를 지켜낸 '캐시카우'였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DH에 배당금으로 송금하기도 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는 2027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이 현금 흐름의 종착지가 베를린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우버 본사로 바뀌게 된다.
이제 관심은 국내 배달 시장의 구도로 옮겨간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우버의 자금력과 글로벌 운영 경험이 더해지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우버가 기존에 갖고 있던 모빌리티 서비스와 배달 서비스를 묶어내는 전략이 변수다.
우버에 따르면 차량 호출과 배달을 동시에 이용하는 '크로스 플랫폼' 이용자는 단일 서비스 이용자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고 한다. 우버 택시 할인에 배달비 혜택을 얹는 식의 록인 전략이 현실화되면, 쿠팡이츠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압박이 될 수 있다.
물론 거래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우버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유럽 일부 사업은 경쟁당국 심사를 고려해 별도 매각될 예정이고,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배민 브랜드는 유지하겠다는 게 우버 측 입장이지만, 실제 서비스와 요금 체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심사 결과와 통합 전략에 달려 있다.
7년 전 조용히 물러났던 우버가 이번엔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그것도 국내 1위 업체를 손에 쥔 채 돌아왔다. 배달앱 시장의 판이 다시 짜이는 지금, 다음 라운드는 쿠팡이츠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다.